대법원 주요판결

법원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통해 받은 자료를 다른 소송이나 형사 고소 사건에 제출한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나?

이두철변호사 2025. 9. 23. 17:16

최근 대법원은 금융거래정보 및 개인정보의 이용과 관련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2022도16512). 이번 사건은 기업 간 주식 양수도계약을 둘러싼 민사소송에서 비롯되었다. 피고인들은 소송 과정에서 법원의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통해 상대방 회사 및 관련자의 금융거래내역을 제공받았다. 문제는 이 정보를 최초 소송 외의 다른 소송이나 형사 고소 사건에서 다시 증거자료로 제출한 행위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 사건의 배경

피고인 1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은행에 계좌거래내역을 제출하도록 명령했고, 피고인 측은 이 내역을 통해 대금이 곧바로 제3자에게 송금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피고인들은 이 거래내역을 형사고소, 후속 민사소송, 가처분 사건 등에서 증거자료로 다시 제출하였다.

검찰은 이를 두고, 금융실명법상 ‘거래정보를 알게 된 자의 목적 외 이용’ 및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제공받은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기소했다. 원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2. 대법원의 법리 판단

대법원은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4항의 취지를 다시 정리했다.

  • 금융기관은 원칙적으로 거래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으나, 재판상 필요 등 특별한 공익상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의 명령에 따라 제공할 수 있다.
  • 이때 정보를 제공받은 당사자나 대리인 역시 비밀유지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받은 자가 목적 외로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에 따라 은행이 법원에 제출한 거래내역을 당사자가 확인했다면, 이는 은행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된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법원 명령으로 제공받은 거래내역을 다른 사건에 다시 제출한 것은 원칙적으로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3. 정당행위 여부

그러나 대법원은 ‘정당행위’ 여부를 별도로 살펴보았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한다. 즉, 소송 당사자가 본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불가피하게 정보를 활용한 경우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 피고인들이 거래내역을 제공받은 과정은 적법했다.
  • 제출한 상대방은 법원과 수사기관으로, 무분별한 유출 위험은 크지 않았다.
  • 거래내역은 특정 계좌의 1년 내역으로, 민감정보나 과도한 사생활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 각 사건에서 해당 자료는 주장 입증에 실질적으로 필요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결국 원심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법리 오해에 해당하며, 사건은 원심으로 환송되었다.

4. 판결의 의의

이번 판결은 금융거래정보와 개인정보의 보호 필요성과 동시에 소송당사자의 권리구제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목적 외 이용’이라는 형식적 기준만으로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의 필요성, 정보의 성격, 이용 상대방, 사회적 피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으로 금융거래정보 및 개인정보를 증거자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와 당사자는 이 판례가 제시한 판단 기준을 신중히 적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다른 소송이나 수사에서 자료를 재사용할 경우, 정당한 목적과 최소한의 범위라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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