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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계좌 명의인에게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이두철변호사 2026. 4. 20. 18:36

보이스피싱 계좌 명의인에게 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서울북부지방법원의 최신 판례(2024가단138840)를 통해,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계좌 명의인(통장 대여인)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그 법리적 기준과 실제 판결 결과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사건의 개요: 소개팅 어플로 접근한 투자 사기

원고는 소개팅 어플 '위피'를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 D로부터 주식 투자 수익금 인출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D는 수익금을 대신 인출해 주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원고를 가짜 거래소 사이트에 가입하게 유도했습니다. 이후 거래소 고객센터를 사칭한 일당은 수수료, 모니터링 해지 비용, 세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추가 입금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2024년 6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피고 B와 C의 명의 계좌로 14차례에 걸쳐 총 52,391,500원을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2. 피고별 판결 결과: 인용과 기각의 차이

법원은 두 명의 계좌 명의인에 대하여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 피고 C에 대한 판결 (전액 인용): 법원은 피고 C가 원고에게 피해 금액 전액인 52,391,5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민사소송법상 '자백간주' 규정이 적용된 결과로, 피고 C가 소송 과정에서 원고의 주장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피고 B에 대한 판결 (청구 기각): 반면, 피고 B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피고 B 또한 자신의 계좌를 양도하여 범죄에 이용되게 했으나, 법원은 B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핵심 법리: '과실에 의한 방조'와 상당인과관계

이번 판결의 핵심은 계좌를 빌려준 행위가 범죄를 도운 '방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행위와 피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타인의 불법행위를 과실로 방조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우려면, "계좌 양도 당시 그 계좌가 구체적인 범죄에 이용될 것임을 예견할 수 있었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4. 피고 B의 책임이 부정된 구체적 이유

법원이 피고 B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대출 사기의 피해자 측면: 피고 B는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금융거래실적을 만들기 위해 계좌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본인 역시 사기범에게 속은 측면이 있었습니다.
  • 범죄 가담 및 이득 부존재: B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직접 가담했다거나, 원고가 입금한 돈을 직접 인출해 사용하는 등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 형사 처분의 결과: B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계좌 양도)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을 뿐, 사기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받거나 조사받은 사실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계좌 양도 자체가 불법이라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이후 발생한 모든 사기 범행을 예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5. 시사점: 보이스피싱 소송의 전략적 접근

이번 판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계좌 명의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때, 단순히 '내 돈이 저 계좌로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계좌 명의인이 단순한 과실을 넘어 범죄 이용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구체적 정황을 입증하거나, 피고 측의 대응 부재를 활용하는 등 정밀한 법률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승소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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