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기계 설비의 성능 미달,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산업 현장에서 맞춤형 기계 설비를 도입했으나, 기대했던 성능이 나오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분필 제조용 건조기의 성능 미달을 이유로 체결된 계약의 해제를 인정하고, 기지급 대금 반환은 물론 현지 수리비용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판례(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0가단101865 판결)를 통해 기계 하자 관련 법적 대응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발단: 야심 차게 도입한 건조기, 시작부터 삐걱거린 성능
원고(A 주식회사)는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 설치할 목적으로 피고(B 주식회사)와 'Hybrid Microwave 분필건조기' 제작 및 설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기계가 설치되자마자 이송 장치의 센서 오작동, 나사 파손 등 하자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피고 측이 두 차례나 현지 보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핵심인 '건조 능력'이 계약 당시 약속했던 사양에 한참 못 미치는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었습니다.
2. 핵심 쟁점: '중대한 하자'의 판단 기준과 설계상의 결함
재판부는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 사건 건조기에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설계 전력의 부족: 계약상 목표 건조 함수율(0.1%)을 맞추기 위해서는 약 46.76kW 이상의 전력이 필요했으나, 피고는 공기 가열에 필요한 열량을 누락한 채 설계하여 실제 용량이 이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 보수의 한계: 피고가 사후에 히터를 추가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설계 결함으로 인해 열 손실을 막지 못해 분필 내부가 마르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었습니다.
- 계약 해제의 정당성: 피고는 계약서상의 특정 해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승인 사양과 동일하지 않은 경우'는 계약상 명시된 해제 사유일 뿐만 아니라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3. 법원의 판단: 대금 반환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배상
법원은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범위를 다음과 같이 확정했습니다.
- 매매대금 전액 반환: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했던 계약금, 중도금, 잔금 등 합계 1억 450만 원을 모두 반환하라고 명했습니다.
- 현지 수리비 인정: 기계 정상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수리업체에 지불한 개조 및 수리비(약 1,879만 원)는 기계 하자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로 보아 배상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구분: 다만, 원고가 건조기를 쓰지 못해 별도로 구입한 '열풍 가스건조기' 관련 비용은 통상손해로 보기 어렵고, 피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특별손해라는 증거도 부족하여 배상 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4. 시사점: 철저한 증거 확보와 법리적 검토가 승패 갈라
이 사건은 단순히 기계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넘어, '설계 단계에서의 이론적 전력 계산 오류'를 감정을 통해 입증해낸 것이 결정적 승인이었습니다. 기계 설비 계약에서 성능 미달 문제가 발생했다면, 단순히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계약서상 요구된 성능 사양 확인 ▲하자 보수 이력 기록 ▲전문가 감정을 통한 인과관계 증명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대체 장비 구입비 등은 '특별손해'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계약 당시 이러한 손해 발생 가능성을 상대방에게 명확히 고지했는지 여부가 향후 배상액 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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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기계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