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치매 환자의 계약, 무조건 취소할 수 있을까? 의사능력 판단과 성년후견제의 한계
오늘은 인천지방법원 2023. 6. 15. 선고 2020가합52657 판결을 통해, 고령이나 질환으로 인지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 실무적으로 얼마나 까다로운지, 그리고 어떤 법리적 준비가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평생 일군 회사가 넘어가다
원고는 1975년부터 'G'라는 상호로 감속기 제조 및 판매업을 운영해 온 사업가였습니다. 그런데 원고가 치매 의심 증상으로 치료를 받던 중인 2016년 12월, 원고 회사의 영업권과 기계, 재고 등을 피고 회사(과거 원고의 직원이 설립한 회사)에 4억 5,000만 원에 양도하는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이후 원고 측은 당시 원고가 의사무능력 상태였거나, 배우자가 권한 없이 체결한 무효인 계약이며, 설령 계약이 성립했더라도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며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핵심 쟁점과 법원의 판단
① 치매 진단이 곧 '의사무능력'을 의미하는가?
가장 치열했던 쟁점은 계약 당시 원고의 의사능력 유무였습니다. 법원은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라며, 그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특히 본 사건에서 법원은 "치매는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징이 있어, 치매 기간 중의 모든 법률행위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원고가 간헐적으로 인지장애를 보인 것은 사실이나, 계약 체결 무렵의 언어기능이나 이해판단능력이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결정적인 패소 요인이 되었습니다.
② 성년후견 개시 전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원고 측은 행위능력 부족을 이유로 계약 취소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상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확정되기 전의 법률행위는 단순히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취소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③ 불공정한 법률행위(민법 제104조) 해당 여부
원고는 회사를 '헐값'에 넘겼다고 주장하며 계약의 불공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감정 결과 일부 자산이 매매가보다 높게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실물 조사가 아닌 장부 중심의 감정이라는 점, 원고가 당시 도산 위기 등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이 주장 역시 기각했습니다.
3. 법률 전문가의 조언: 입증 책임의 중요성
이 판결은 단순히 "치매 환자니까 계약은 무효다"라는 접근이 소송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법률행위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은 계약 체결 바로 그 당시에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점을 의학적·정황적 증거로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고령의 부모님이 사업체를 운영 중이시라면 인지 능력이 저하되기 전 미리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하거나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자산 손실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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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철 변호사**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4년 동안 원자력발전소에서 기계설비를 관리하며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습니다. 현재 기계 소송 전문 변호사로서 기계와 법률을 접목시켜 여러분의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