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몰랐어도 성립하는 스토킹범죄
– 대법원 2025도36 판결이 밝힌 ‘객관적 공포심’의 기준
스토킹범죄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있다.
“상대방이 그 사실을 몰랐는데도 처벌이 될 수 있나요?”
이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다시 한 번 정리한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 2025. 10. 30. 선고 2025도36 판결은,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객관적으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 사건의 개요 – “몰래 따라다닌 행위”의 반복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약 10여 일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몰래 따라다니며 피해자의 모습을 지켜보거나, 특정 장소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는 행위를 반복하였다. 일부 행위는 무려 24시간 이상 지속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당시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피고인은 이를 근거로 “피해자에게 실제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발생시키지 않았으므로 스토킹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2. 쟁점 – ‘현실적 인식’이 반드시 필요한가
구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이 문언 때문에, 실제로 피해자가 공포를 느꼈는지가 필수 요건인지가 실무상 문제되어 왔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역시 피해자의 현실적인 인식이나 감정 발생이 없더라도 스토킹행위 및 스토킹범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3. 대법원의 판단 – 스토킹범죄는 ‘위험범’
대법원은 스토킹범죄의 본질을 ‘위험범’으로 명확히 규정하였다. 즉, 이 범죄는 실제로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발생했는지를 요구하는 범죄가 아니라,
- 행위의 내용과 태양을 기준으로
- 객관적·일반적으로 보아
- 상대방이 인식할 경우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지
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그 행위를 인식했는지, 또는 실제로 불안이나 공포를 느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러한 정도의 행위라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그것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4. 판단 기준 – 무엇을 종합적으로 보나
대법원은 판단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단순히 행위 하나만 떼어 볼 것이 아니라,
-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및 지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태양과 반복성, 행위 전후의 언동, 주변 상황 등 제반 사정
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10여 일 동안 6차례 반복된 추적 행위, 장시간 지속된 점 등을 종합할 때, 피해자가 이를 인식했다면 충분히 공포심을 느꼈을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5. 실무적 시사점 – “몰래 했으니 괜찮다”는 착각
이 판결이 갖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대방이 몰랐으니 괜찮다”는 생각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토킹 사건에서는 CCTV 영상, 위치추적 자료, 주변인의 목격 진술, 통신기록 등을 통해 피해자의 인식 여부와 무관하게 객관적 위험성이 입증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는 사정이 충분히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6. 마무리 – 초기 대응이 중요한 범죄
스토킹범죄는 행위의 축적과 반복을 통해 범죄가 성립하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의 법률적 대응과 증거 정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도, 단순한 접근이나 우연한 동선이 객관적으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를 정확히 따져보지 않으면 중대한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자의 경우 역시,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행위라 하더라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
스토킹 사건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 법리와 증거의 문제다. 정확한 법적 기준에 따른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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