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주요판결

[판례분석] 재건축 개방형 발코니, 조합의 고지의무와 수량지정 매매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2025다211583)

이두철변호사 2026. 1. 1. 19:35

최근 재건축 단지 내에서 '개방형 발코니' 설치를 둘러싸고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개방형 발코니의 확장 불가능성이나 구조에 대해 조합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최근 대법원에서 이와 관련된 의미 있는 판결(2025다211583)이 선고되어, 그 사실관계와 주요 법리를 정리해 드립니다.

 

 

사건의 발단: 102B형에 설치된 '개방형 발코니'

서울 강남구의 한 재건축 정비사업조합(피고)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우수디자인 공동주택 선정을 위해 설계를 변경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타입(102B형)에 실내 확장이 불가능한 '개방형 발코니'를 설치하기로 계획했습니다.

이후 동·호수 추첨을 통해 해당 타입을 배정받은 조합원들(원고들)은 "조합이 개방형 발코니가 설치된다는 점과 확장 불가능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평형 선택권 등을 침해당했다"며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의 판단: "조합의 고지의무 위반 인정"

원심(2심) 법원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조합이 제공한 평면도만으로는 개방형 발코니의 구조나 확장 불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려웠으므로, 조합이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조합원들의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의 반전: "고지의무 이행 및 재산적 불이익 부재"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심 판결 중 조합(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1. 자료 제공을 통한 고지의무 이행

대법원은 조합이 임시총회 자료집과 평형변경 신청 안내서 등을 통해 배치도 및 단위세대 평면도를 수차례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해당 자료들을 통해 조합원들이 개방형 발코니의 존재를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으므로, 사전에 별도로 상세히 설명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2. 조합원의 확인 의무와 경험칙

개방형 발코니의 구조나 확장 가능성은 해당 평형을 분양받고자 하는 조합원이 스스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며 , 당시 다른 넓은 면적의 타입들에도 개방형 발코니가 적용되었기에 고지를 받았더라도 다른 평형을 신청했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3.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의 전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사업성 향상'과 '분담금 감액'입니다. 개방형 발코니 설치로 우수디자인에 선정되어 용적률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일반분양 세대수가 늘어 사업성이 향상되었습니다. 또한, 감정평가를 통해 해당 타입의 분양가가 조정됨으로써 조합원들이 납부할 분담금도 감액되었으므로, 이를 권리에 대한 불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분양계약의 성격: "수량을 지정한 매매가 아니다"

한편, 원고들은 해당 분양계약이 '수량을 지정한 매매(민법 제574조)'에 해당하므로 면적 부족에 따른 담보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건축 분양계약의 특성상 이를 수량 지정 매매로 보기는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입니다.

1. '수량을 지정한 매매'의 법적 정의

민법 제574조에서 말하는 '수량을 지정한 매매'란, 당사자가 매매의 목적인 특정물이 일정량(면적, 개수 등)을 가지고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대금도 그 수량을 기준으로 정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계약서에 면적이 기재되어 있다고 해서 모두 수량지정 매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2. 판단 근거: 재건축 분양계약의 특수성

재건축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분양계약은 일반적인 아파트 매매와는 다른 다음과 같은 특성이 고려되었습니다.

  • 면적이 아닌 '권리' 중심의 계약: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원은 자신이 소유했던 종전 토지 및 건물에 대한 권리를 출자하고, 그 대가로 신축 아파트를 배정받는 '권리 변동'의 과정을 거칩니다. 즉, 특정 면적의 공간을 사는 것보다 재건축 사업에 따른 지분과 권리를 취득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 분양대금 산정의 기준: 이 사건 분양계약에서 면적을 기준으로 분양대금이 산정된 것은 맞지만, 이는 조합원들 사이의 형평성을 기하고 분담금을 산출하기 위한 계산의 편의상 기준일 뿐, 오로지 그 면적만큼의 수량을 보장하며 판매하겠다는 취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사후 정산 시스템의 존재: 재건축 사업은 이전고시 절차 등을 통해 신축 건축물의 권리를 확정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면적이나 가치의 차이는 '청산금'을 통해 사후에 가감하여 조정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 당시의 면적이 절대적인 매매 기준이 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변호사의 제언] 이번 판결은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이 총회 자료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람하게 했다면, 개별적인 특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고지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설계변경으로 인한 불균형이 있더라도 분담금 조정을 통해 경제적 보전이 이루어졌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부정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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